의사소통에서의 생산성

ha2022-04-28

의사소통의 관점에서 생산성을 생각해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을 살펴봅니다. 그리고 기업이 의사소통의 생산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생산성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입니다. 여러 언론과 매체에서 관련된 내용이 다뤄지고 있고, 생산성이라는 카테고리로 다양한 프로그램과 앱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생산성이란 토지, 자원, 노동력과 같은 여러 요소가 투입된 양과 그것으로써 이루어진 생산물 산출량의 비율을 나타냅니다. 쉽게 말하면 어떤 생산물을 만들어낼 때 들어간 자원 대비 목표한 결과물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얻어졌는지를 뜻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제2차대전 이후 산업의 다양화와 동시에 빠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여러 국가는 생산성 센터를 운영하면서 국가적으로 생산성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과거에 생산성은 단순한 소모 값 대비 산출량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후 1990년대 중반부터는 생산성을 얼마나 좋은 품질의 산출물을 적은 효율로 생산해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서 해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부터, 생산성을 효율성과 유효성으로 해석해보려는 노력이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효율성은 과거 생산성의 개념과 비슷하게 들어간 입력값 대비 얼마나 산출물을 내었는지만을 고려합니다. 반면 유효성은 산출물이 목표와 얼마나 비슷한지를 의미합니다. 즉 목표와 비교하였을 때 산출물의 품질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아주 효율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냈지만, 결과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생산할 때 정말 효율적으로 물건을 생산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였지만, 실제 제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품질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 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이지만 생산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반면 아주 완벽한 제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기계가 개발되었다고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그 기계가 1년을 내내 가동해서 단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 제품 또한 생산성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에는 효율성보다 유효성, 즉 품질이 훨씬 중요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보통 품질이 매우 중요한 경우가 그렇겠죠. 명품을 생각해볼 때 우리는 명품이 제조되는 것이 효율적을 빠르게 많이 생산되는 것 보다 아주 좋은 품질의 단 하나 제품이 나오는 것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의사소통 또한 빠르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한 경우도 있지만, 의사소통의 본질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이기 때문에 속도보다 정확하게 내용이 전달되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 실제로 사람들은 효율적인 의사소통보다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훨씬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대한 관심

의사소통에 있어서 효율적인 것보다 효과에 사람들이 더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이미 일상에서 의사소통이 비효율적이기에 얻는 불편함이 훨씬 작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주 옛날 기술이 발전되기 전을 생각해볼까요?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에게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할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이런 의사소통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와 기술이 발전되었죠.

아주 먼 과거로 돌아가 본다면 우리의 생각은 직접 만나서 말을 하는 것 이외에는 의사를 전달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우편 시스템이 갖추어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려 꽤 먼 거리의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통신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나서야 사람들은 시간과 관계없이 먼 거리의 사람들과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거였다면 효율성 또한 매우 중요했을 것입니다. 한 달에 걸쳐 대화를 주고받을 것을 며칠 만에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면 삶이 매우 달라졌을 테니까요. 하지만 20세기가 넘어 전화와 라디오,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가 다양하게 등장하였고, 인터넷까지 보급되게 되면서 개인의 의사소통을 주고받는데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다양한 방식의 의사소통을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과거에 비해 현대에 들어오면서 의사소통은 훨씬 복잡해졌습니다. 생존에 직결된 아주 단순한 메시지만이 필요했던 과거와 다르게 현대에는 개개인의 생각과 의사를 전달할 일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또한 사람들도 과거보다 훨씬 높은 지적 수준을 갖추게 되었으며, 사회 또한 훨씬 복잡해져 더 다양하고 깊은 주제를 사람들이 논하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현대에는 유튜브와 같이 미디어 매체를 개인이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정말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관점으로 모두가 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그 내용은 복잡해졌지만, 방식은 단순하고 쉬워졌기 때문에 현대 사람들이 직면한 보편적인 문제는 ‘어떻게 빠르게 전달할 수 있을까?’ 보다는 ‘어떻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에 가까워지게 되었습니다. 상대방과 대화가 아무리 길어져도 실시간으로 원하는 때에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과 공간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목 현상을 일으키는 것은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 발생하게 됩니다.

의사소통에서의 유효성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단체인 회사의 경우 효과적인 의사소통은 더 중요해집니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회사의 한 가지 미션을 위한 다양한 업무들을 매우 많은 사람이 수행하기 때문에 가장 밀도 있게 의사소통이 발생하는 곳 중 하나입니다. 현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어떤 한 업무를 나 혼자 수행하는 경우가 없고, 대부분 실무자와 관리자가 따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업무중에는 수없이 많은 의사소통이 발생합니다. 한 연구에서 이러한 좋지 못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조사해보았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업무 시간의 18.7%가 부족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해 낭비되고, 이를 임금으로 생각해보면 근로자당 만 이천 달러에 달하는 비용 낭비를 발생시킵니다. 노동자의 생산성에서 오는 비용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비즈니스에서 잃게 되는 비용이 5만 달러에 달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회사에서 커뮤니케이션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고, 이에 따라 대부분 회사에서 수없이 많은 회의가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회의는 다수의 인원에게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방식으로 소통할 방안이기 때문입니다.

의사소통의 개선을 위한 기업의 노력

그래서 기업에서는 이런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아마존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문서 기반의 업무 문화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마존은 회의를 진행하고자 하면 그것의 기반이 되는 문서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문서를 토대로 회의에 참석하면, 회의의 초반 시간에는 모두 문서를 읽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모두가 높은 수준의 이해도를 가진 채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토론하게 됩니다.

이 문서 기반의 업무를 통해 아마존은 내용의 이해를 방해하는 요인들을 최소화하고자 하였습니다. 발표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문서를 통해 단편적인 발표 자료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사고의 흐름과 논리를 모두 확인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자료가 있더라도 대부분 내용을 확인해보지 않았기에 발생하는 불확실한 지식 기반의 의사 결정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회사의 문화는 단순하게 의사소통을 효과적인 방향으로 개선한 것뿐만 아니라 효율성 또한 개선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담당자를 찾아서 물어보는 것이 아니라 문서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회의 시간 초반에 다 같이 문서를 읽어보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 미리 문서를 읽어본다면 시간을 좀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산책을 하거나 다른 장소에서 기분 전환을 하면서도 문서를 읽어볼 수 있게 되었으니 업무의 효율이 올라가게 되었죠. 또한 문서에서 발생한 의견이나 코멘트는 비동기적으로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트렌드는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코로나 판데믹 이후 원격근무가 많아지면서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 많아졌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협업에 쏟는 시간이 50%나 증가하였고 하루 업무의 80%를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보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200통의 슬랙 메시지를 보내게 되고 9시간 이상 슬랙에 접속하여 평균 한 시간 반 이상을 사용합니다.

위와 같이 계속 종일 의사소통을 의식한 상태로 업무를 한다면 업무에 몰입하는 것이 쉬울까요? 확실히 사람들과 다양하게 잦은 소통을 해야 하는 마케터나 관리자의 경우 슬랙이나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훨씬 많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서 업무의 생산성이 향상되었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나 디자이너와 같이 작업의 호흡이 길거나 몰입이 필요한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이전에 다루었던 생산자의 시간 관리와 문맥 전환의 관계를 생각해본다면, 분명히 회사의 생산성 개선을 위해서는 다른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이것을 위해 제안된 것이 비동기식 의사소통입니다.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은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과 수신하는 사람이 일정상 동기화될 필요가 없는 방식의 의사소통을 뜻합니다.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개인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맨 처음 슬랙이 주목받으며 사용된 것도 비동기식 의사소통이 가능한 형태의 플랫폼이라는 점이 큰 몫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이 완벽한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위의 이미지와 같이 의사소통의 대역폭을 고려해볼 때, 주된 비동기식 의사소통 방식인 채팅은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의 한계가 있습니다. 단순한 텍스트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뉘앙스와 비언어적 표현이 많죠. 그리고 단순한 그림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을 텍스트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비동기식 비디오 메시지 서비스를 시도하는 loom이나 트로우 같은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젠 때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의사소통 방식을 운영하는 회사도 생겨났습니다. 두이스트는 일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고, 현재 26개국 15개의 시간대에서 65명의 인원이 완전한 원격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완전한 원격 근무를 진행하면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게 하기 위해서 두이스트는 다양한 의사소통 서비스를 때에 따라 분리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업무가 처리되어야 하지만 급하지 않은 경우, 트위스트를 통해 스레드를 생성해놓습니다. 사람들은 본인의 시간 관리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 후 트위스트에 방문하여 자신에게 배정된 스레드를 읽어보고 업무를 진행합니다. 주로 해야 할 업무, 의견이 트위스트에 정리되고 나면, 해당 업무를 진행할 때는 그 상위 단계의 서비스를 이용하여 ‘내용을 포함한' 의사소통을 진행합니다. 그다음 더 깊이 있는 대화를 화상회의 또는 실제 모임을 통해 진행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주 급하게 처리해야 할 업무의 경우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의사소통 피라미드 또는 의사소통 스택은 단순히 원격 근무 환경을 구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을 증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개인적으로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을 고민하는 것으로 그치지 말고 회사 또는 조직 차원에서 목적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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