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맥 전환을 피하는 생산자의 시간 관리

ha2022-04-26

폴 그레이엄이 이야기한 생산자의 시간 관리와 관리자의 시간 관리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그리고 문맥 전환이 발생할 때 얼마나 많은 비효율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 알아봅니다.

생산자의 시간 관리, 관리자의 시간 관리

폴 그레이엄은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프로그래머이자 벤처 기업 투자가입니다. 그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와이컴비네이터(Y Combinator)를 공동창업한 사람으로도 유명한데요, 그는 뛰어난 통찰로 유망한 스타트업을 초기에 발굴해냈습니다. 그런 그가 2009년에 작성한 ‘생산자의 시간 관리, 관리자의 시간 관리’는 매우 유명한 글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그는 생산자 입장에서 효율적인 시간 관리는 관리자 입장과 상이하다는 것을 밝히고, 회사에서 업무가 진행될 때 양쪽 모두가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관리자의 시간 관리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일정 관리를 생각해보면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고, 일정 시간을 기준으로 나누어 서로의 일정을 조율하면서 진행됩니다. 특히 관리자와 회의를 잡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보통 관리자에게 비어있는 시간을 확인한 후 생산자가 관리자와의 미팅 일정을 잡습니다. 가끔은 ‘커피나 한잔 할까요?’ 하면서 갑작스러운 일대일 미팅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폴 그레이엄은 이 방식이 상부 조직에서 하부 조직으로 명령을 내리기 위한 방식의 스케줄링이라고 말합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이 회의로 인해 본인의 업무 시간이 영향을 받게 되고 길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쪼개지기 때문에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심지어 방관자처럼 이야기를 듣기만 하거나 안부 정도를 묻는 그런 미팅을 개발자 관점에서 볼 때는 절대로 하길 바라지 않을 일들이라고 언급합니다.

생산자의 시간 관리

그렇다면 생산자 입장에서의 시간 관리는 어떤 것일까요? 명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지만, 아마 폴 그레이엄이 말한 생산자는 창의적이고 깊은 몰입을 통해 제품 또는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디자이너, 개발자, 작가 등을 일컬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생산자들은 많은 사람과 만나고 그들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매우 쪼개서 사용하는 관리자와 달리 긴 단위로 일하기를 선호합니다. 심지어 그는 관리자의 업무 단위가 되는 1시간이 생산자들에게는 ‘시작하기조차도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생산자의 관점에서 관리자와 하는 회의는 스트레스일 수 있습니다. 특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안부를 묻는 대화나 갑작스럽게 커피나 한잔하자며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으로 하루가 날아갈 수 있습니다. 회의 자체만이 생산성을 절감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회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머릿속에 가지게 되는 것만 해도 관리자에겐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평소와 다른 예외 케이스를 처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회의로 인해 나의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나 회의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면 온종일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폴 그레이엄의 시간 관리

폴 그레이엄은 개발자이자 대표 및 관리자로서 일했었습니다. 그는 본인이 관리자로 일하면서 생산자 입장의 시간 관리를 진행한 경험을 이야기 해줍니다. 90년대에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그는 출근한 이후 저녁 시간까지 소위 ‘비즈니스’라고 불리는 대표 및 관리자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고 저녁 이후 새벽까지 개발 업무를 진행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개발자로서 또 관리자로서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와이컴비네이터에서는 다양한 창업자들과의 미팅을 일과의 뒷 부분에 몰아넣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생산자로서 일할 때의 방해가 없었고, 관리자로서의 업무도 지연되는 경우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결국 이 문제는 관리자와 생산자의 업무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래서 보통은 한쪽의 의견을 무시하고 (보통 생산자의 시간 관리가 무시당합니다) 한 가지로 통일이 됩니다. 하지만 두 가지의 시간 관리 방법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서로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그레이엄은 말합니다. 그러면서 회의라는 것은 피할 수 없기에 어떤 방식이 서로에게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지 회사 차원에서 고민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결론을 짓고 있습니다.

문맥 전환과 생산성

실제로 그레이엄이 말한 것처럼 생산자들이 본인의 업무를 하다가 회의를 들어가게 되었을 때 얼마나 영향을 받을까요?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문맥 전환(context switching)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어떤 방해를 받아서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거나, 다른 일에 신경을 쓰고 나서 이러한 문맥 전환이 일어날 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소비합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에서 해당 연구를 진행한 글로리아 마크는 한 인터뷰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무언가 방해받아서 다른 생각을 하게 된 후에, 우리는 생각을 다시 전환한 후 다시 처음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하며 우리가 어디까지 생각했었는지 다시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업무가 중단되었다가 당일날 다시 시작되는 비율이 82%에 달합니다. 하지만 다시 업무로 돌아오기까지는 23분 15초라는 시간이 걸립니다.’

즉 우리는 앞서 말한 문맥 전환이 발생하고 다시 업무로 돌아올 때마다 약 25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연관된 내용의 다른 생각을 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생각의 전환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Person who can not focus on work

문맥 전환을 최소화하는 방법

원격 근무로 인해 늘어나는 회의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우리는 더 빠르게 자주 다양한 매체에서 연락과 알림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 적극적으로 이 문맥 전환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막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를 위한 방법들을 하나씩 살펴보려 합니다.

1. 타임 블로킹

Example of time blocking for improving productivity

의식의 흐름대로, 또는 자연스럽게 연락이 오는 대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왼쪽과 같은 일과를 보내게 됩니다. 각각 업무를 블록과 같이 생각해본다면 수없이 많은 문맥 전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아까 언급한 문맥 전환으로 인한 시간 낭비를 제외하고 생각하더라도 그냥 물리적으로 전환을 위한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게 됩니다. 그리고 과연 우리는 정말 완전히 집중된 상태로 모든 파트의 업무를 진행할까요?

반면 연관된 내용으로 이것들을 모아놓게 된다면 우측과 같이 더 오랜 시간 업무에 집중할 수 있고 전환 횟수도 비약적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폴 그레이엄이 말한 대로 미팅과 커뮤니케이션을 점심 이후로 몰아놓게 된다면 우리는 생산을 위한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고 심지어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함에도 시간이 모자라지 않습니다.

이 타임 블로킹과 비슷하지만 다른 형태의 접근도 있습니다. 업무를 분류해서 관련된 업무를 몰아서 진행하는 일괄 업무 진행법, 날마다 테마를 정해 해당하는 테마의 업무를 진행하는 방법, 업무의 마무리 시점을 일일이 정해서 진행하는 방법 등 무언가 관련 있는 업무를 모아서 진행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 우리는 깊게 몰입해서 업무를 할 수 있겠죠?

2.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

원격 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슬랙, 노션, 트로우와 같은 다양한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실시간으로 슬랙과 노션의 알림이 올 때마다 답장한다면 우리는 그것이 문맥 전환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을 말 그대로 비동기식으로 사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신도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로 온 연락을 자신의 업무를 마무리하고 휴식이나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게 될 때, 또는 점심과 같이 업무가 필연적으로 멈출 때 답장하려고 노력한다면 몰입을 방해하는 수많은 방해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의사소통 또한 전환된 상태에서 가볍게 답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잘하기 위해 집중하고,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려 노력한다면 횟수가 줄더라도 더 높은 질의 의사소통이 가능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떠한 디자인 내용에 대해 슬랙으로 문의가 들어왔을 때, 바쁜 와중에 간단하게 답변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트로우를 이용해 그림과 같이 디테일한 설명을 곁들여 상대방에게 내용을 전달해보세요. 서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주면서도 의사소통에 대한 문제를 전혀 겪지 않을 것입니다.

Illustration of Traw

3. 미팅 없는 날

위에서 개인적으로 문맥 전환을 최소화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았지만, 이번에는 조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MIT 슬론 경영 대학원에서 올해 미팅 없는 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내용이 있습니다. 71%의 관리자가 미팅은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판데믹 이전과 비교해서 85%나 미팅 시간이 증가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50개국 76개의 미팅 없는 날를 시행하는 회사에서 1000명에게 미팅 프리데이를 진행하는 것으로 자동화, 의사소통, 협업, 결속력, 마이크로매니징, 생산성, 만족도, 스트레스 이 8가지 항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물어보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고 합니다.

survey related to effect of meeting-free days

그 결과 일주일에 이틀의 미팅 프리데이가 있는 경우 43% 정도 스트레스가 경감되었고, 생산성이 71%나 증가한 것 같다는 설문 결과를 확인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오히려 의사소통과 협업도 각각 57%, 43%나 증가한 것 같다는 설문 결과를 보임으로써 미팅 없는 날을 도입하는 것이 과한 미팅으로 비효율을 발생시키는 것 보다 업무 효율 및 원활한 의사소통이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습니다.

생산자들의 생산성을 보장해주어야 하는 이유

회사 차원에서 이렇게 생산자들의 생산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입니다. 과거에는 노동 집약적인 업무들이 많았기에 생산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이 더 높고 중요한 직무였습니다. 따라서 이 관리자들의 시간 관리에 맞추어 회사가 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발생하는 전체적인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회사의 서비스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짐에 따라서 개발, 디자인과 같은 생산자들의 역량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처음에 언급했던 폴 그레이엄은 다른 에세이에서 훌륭한 프로그래머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그는 글에서 어떤 스타트업의 CEO와의 대화를 언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는 70명의 프로그래머가 일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의 CEO에게 만약 그가 원하는 최고의 프로그래머들을 데려올 수 있다면 얼마나 더 고용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내일 오전까지 30명 고용할 겁니다.” 이 회사는 누구든 가고 싶어 하는 핫한 스타트업 중 하나였다. 실리콘밸리 어디를 가든 똑같다. 스타트업들은 인재에 목마르다.’

그런데 기존과 다르게 원격근무로 인해 이러한 생산자들의 생각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원격 근무를 수행하는 회사들이 늘어나자 좋은 생산자들은 지역이나 시차에 무관하게 더 다양하게 좋은 조건의 회사들을 지원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원격 근무로 인해 회의는 늘어나고 있고,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또한 연대감과 친밀감이 줄어들어 외로움으로 고생하는 비율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훌륭한 생산자들을 회사에 더 남기고, 새로 뽑기 위해서 그들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생산자들 자신도 타임 블로킹 또는 비동기식 커뮤니케이션의 활용으로 최대한 문맥전환을 최소화하며 본인의 업무에 몰입하려고 노력하는 것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도 이를 이해하고 함께 포용하려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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